친구야 우린 그동안 갯바위 너머 아스라이 져가는 저 노을을 잊고 있었지. 이렇게라도 마음을 비우고 이 고도(孤島)에 묻히듯 몸을 맡기고서야 우리네 인생 끝자락 같은 노을을 만나게 되었구나. 지금껏 저 갯바위 너머로 조금은 소박한 맘으로 욕심내어 서보려 했지만, 물때 섭리에 순응해야 했기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네. 결국은 저만치 물러서서 갯바위 너머를 갈망해야 하는 아쉬움만 들었지. 그러나 순응함으로써 아쉬워하는 우리에게 이렇게 갯바위 너머의 황혼을 만나게 되지 않았는가. 다만, 우리가 저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황혼만 같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드네. 저 낙조처럼 우리네 삶도 결국은 져버리고 말 나이인데... 우리가 져가며 끝자락에 남길 흔적은 과연 저만큼이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네. 해피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