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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20211108 부러진 루어대

부러진 루어대

 

 

 

 

 

산 능선 아래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 정경에 이곳을 지날 때마다 다시 한번 가슴이 뛰곤 합니다. 포인트로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진입로를 내려갈 때는 차창을 내려 심호흡을 몇 번씩이나 길게 해 보곤 하지요. 철바람에 실린 숲 속 내음과 바다 내음을 맘껏 음미하기 위해서입니다.

 

 

 

물이 많이 빠져나가는 8 물때라도 중 날물이 되어야 드러나는 여 포인트인지라 당장은 진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서둘러 차에서 장비를 챙겼습니다. 출조 때마다 그랬지만 설렘과 기대로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입동을 하루 앞둔 이른 아침 녘이라 제법 날이 쌀쌀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장비를 챙겨 서둘러 바닷가로 나왔지만 아직 바닷물이 백사장까지 충만했습니다. 정면으로 저 멀리 드러나야 할 여 봉우리조차도 드러나 보이지 않은 것이 당연했지만 괜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곳 진여 해변가의 이름 모를 고목의 앙상한 가지 아래 너머 우측 저 멀리로 십리포 곶부리 포인트가 보였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물이 꽉 차서 발달된 곶부리는 드러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물때를 잘 맞춰서 꼭 들어가고 싶은 포인트 중 한 곳이지요.

 

 

 

바닷물이 빨리 빠지기를 고대하며 우선 좌측으로 보이는 갯바위를 타고 진입하였습니다. 물이 덜 빠져도 바닥 지형을 잘 아는 곳이라 조과는 기대하지 않고, 미듐라이트 낚싯대에 2000번 스피닝 릴을 장착했습니다. 라인은 10LB 합사에 1/4온스 지그헤드에 3인치 그럽웜 채비를 장착하여 가볍게 던져보았습니다. 이 장비와 채비는 갯바위 루어낚시 할 때마다 즐겨 쓰는 것입니다.

 

 

 

중 날물이 시작되면서 가까운 곳부터 잠겨있던 바위들이 드러나고 작은 우럭들이 툭 툭 걸려들었습니다. 이렇게 물이 빠지는 수심이 얕은 데에서 작은 손맛이라도 보니 다행이었습니다. 그래도 큰 손맛이라도 볼 욕심으로 25그람짜리 스푼을 매달아 장타를 날려 보았습니다. 혹시나 먼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연안에서 기웃거리는 농어 새끼라도 걸려들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저만치 여로 진입하는 길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까지 자리를 이동하며 열심히 캐스팅해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중날물이 어느 정도 지나니 드디어 여로 진입하는 길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빠지는 바닷물을 쫓아 들어가 진입을 했는데 다행히 다른 낚시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포인트는 여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수심이 얕기 때문에 물때를 잘 맞춰야 합니다. 낮엔 2-3시 방향으로 장타를 날려 수중 넓적한 여 너머로 채비를 가라앉힌 다음 빠르게 릴링 하면 농어와 준수한 광어의 입질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 포인트에 들어오면 대게 25그람 이상되는 스푼을 매어 달지요. 농어가 미노우와 스푼에 민감한 터인데 광어란 놈도 큰 놈일수록 스푼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 얕은 수심이기 때문에 광어를 유인하기 위해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에 빠르게 릴링을 합니다. 그러면 빠른 릴링이라도 난폭하게 광어가 덤벼듭니다. 물론 농어란 놈은 원래 빠른 릴링에 반응을 하지요.

 

 

 

물이 세고 빨리 빠지기 때문에 각도와 방향을 바꾸어 부지런히 캐스팅을 했습니다. 그러나 입동을 하루 앞둔 서늘한 날씨라도 아직은 남아있는 놈들이 있을 수온일 터인데 입질이 도무지 없었습니다.

이제 끝날물이 지나고 물이 돌기 시작한다 싶을 때에 광어 특유의 턱! 하는 묵직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순간 챔질과 함께 대를 세우고 빠른 릴링을 했습니다. 이 포인트는 수중 넓적 여와 날카로운 돌들이 널려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릴링 몇 번 만에 염려했던 대로 여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놓치면 안 된다 싶어 필사적으로 꺼내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줄을 풀어도 보고 대를 흔들어도 봤지만 허사였지요. 한참이나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시도하여야겠다 싶어 대가 휘도록 힘을 썼습니다.

결국은 낚싯대가 두 동강이 나고 말았습니다. 부러지면서 라인도 끊어졌는지 1번대와 결속된 2번대의 부러져 나간 놈이 동시에 센 물발에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2번대 남은 놈만 손에 쥔 꼴이 스스로 우스웠습니다.

 

 

 

부러진 루어대는 8 피드 미듐라이트 대로 그동안 주력대로 써먹었기에 매우 아까웠습니다. 이 루어대는 화천에 사는 친구가 10여 년 전에 자기 아내가 잠깐 썼던 것을 흔쾌히 선물로 보내주었던 것이었습니다.

낚시를 쾌나 잘했던 형수였는데... 그만 7년 전에 형수가 세상을 먼저 하직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이 낚싯대를 쓸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애착이 가던 것이었습니다.

먼 바다로 쓸려간 부러진 루어대는 기억에나 남겠지요. 그러나 남아있는 루어대나마 집에 있는 진열대에 잘 모셔 놓아야겠습니다. 그래야 혼자 남아있는 친구에게나마 도리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