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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20181110 소야도 11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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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도..11월의 이야기

 

 


2008년 6월이었으니까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당시 부천팀의 우째등 몇 몇 아우들과 도마아우의 보트를 타고 선상 및 워킹 조행을 했었습니다.
1박2일의 꿈같은 조행후 '소야도의 붉은 찔레꽃'이라는 제목으로 조행기를 올렸었지요.

 

그 조행기 말미 에필로그에 다 짓지 못한 시 한 편을 남기며,
언제일지 모르지만 소야도에 붉은 짤레꽃을 만나러 또 갈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맨 몸으로 낚시대 없이..
그러면서 미완성 시 구절을 완성 시키겠다고 ..
‘아픔’ ‘자학’이란 시어 대신 ‘희열’‘행복’이란 시어로 완성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언덕길 돌담에
   가시 박힌 가녀린 몸 늘어뜨리고
   면벽수행(面壁修行)을 하는가.

 

  자학하며 아팠을까?
  그래서 점점이 선혈이다. 
  붉은 찔레꽃.

 

  겨울 찬 해풍 견디고
  봄 지나 초여름 맞는데,
  아직은 인고의 붉은 눈물이다 
    .

    .
    

 

 

 


그리고...10년.
그 동안 해마다 오뉴월쯤이면 그 당시 떼뿌리백사장 넘어가는 동구 언덕길 돌담벽에 핀 붉은 찔레꽃 생각이 향수처럼 일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만큼 삶의 무게도 더해지며 쉽게 찾아보질 못했던 것이지요.

 

 

그러다 찔레꽃 피는 계절은 훨씬 지났지만, 입동도 지난 11월10일 드디어 소야도행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11월10일 토요일 9물 12:08 간조
토요일이라 첫 배를 못 타고 9시10분 배를 타고 한 시간 10분여 걸려 도착한 소야도 부두에는

 배 입항 시간에 맞춰 마을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지체 없이 올라타며 혹시나 떼뿌리백사장 근처까지 가냐고 물으니, 백사장까지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잘 닦여진 길을 굽이굽이 두 세차리 돌아가다 보니 금방 떼뿌리백사장 이정표가 나오는데 괜히 설렘과 긴장감이 돌었습니다.
그런데 넘어가며 진입할수록 10년 전의 마을 모습이 안 보이는 거예요.


백사장까지 버스가 진입했는데, 옛 모습은 간데없고 잘 정돈된 아담한 유원지 같은 낯선 모습만 전개되었습니다.
추억 한 편이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언덕길 돌담..그리고 찔레꽃…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백사장과 멀리서 일렁이는 파도의 바다..낯설지 않은 곶부리..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불어오는 갯바람...

 

 

 

 

 

12시쯤이 간조라 물은 벌써 한참 빠져나갔길래 백사장지나 갯바위를 탔습니다.
10년 전에는 산등성이를 넘어 포인트에 진입했었는데, 급한 마음에 갯바위를 타고 돌아 돌아 옛 기억을 더듬으면서 진입했는데

9물이라 그런지 물이 너무 빠진 상태라 낚시는 불가능했습니다.
어차피 낚시에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만치 보이는 뒷목섬 진입길이 열렸기에 내친김에 죽노골 백사장 길을 가로질러 들어갔습니다.

들 물이 시작되기 전에 뒷목섬 갯바위를 한 바퀴 돌며 부지런히 루어대를 휘둘렀습니다.
스푼도 달아보고.. 빨간색 웜도 달아보고..하얀색 웜도 달아서 던져보았습니다.
초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빨간색 웜에 광어라도 물어줄텐데… 
스푼을 걸어 장타를 날려서 빨리 릴링하면 농어도 물어줄텐데..
흰색 웜엔 우럭이라도 물어줄텐데..
3인치 좀 작은 웜을 걸면 놀래미라도 물어줄까? ..

 

 

 

 

 

들 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바람이 세지기 시작했습니다.
9물 물때에 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빈 손으로 철수하면서 서운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행복한가 !

.

.

 

 

 

 

그래도 낚시꾼 본능으로  아직 손맛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는지,

죽노골 산등성이 넘어 몽돌이 갈려있는 갯바위에서 힘껏 두 서너번 캐스팅을 해댔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작은 섭리라도 어찌 거슬릴수 있으랴..

 

 

 

 

 

오후 3시50분에 나가는 막배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기에,

떼뿌리백사장으로 가는 산등성이를 부지런히 넘었습니다.

10년 전에 넘었던 산등성이를 다시 넘어가며,

 동구 언덕길 돌담벽의 붉은 찔레꽃 추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나가는 막배 시간만 아니면 동구 안으로 들어가며 찾아보았으련만...

1박을 했었던 토박이 갑장 주인장도 찾아보았으련만..

포구까지 나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뒤늦은 후회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언제 다시 한 번 와 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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