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물에 간조가 새벽녘이니 내가 어찌 좋아하지 않으랴.
더구나 처서處暑도 지나서 조석으로 선선하니 말이다.
그동안 곁을 쉬 줄 수 없었던 갯바위라 서먹함마저 들고 괜히 마음이 분주했지만,
오랜 친구 만나는 설렘으로 아직은 어두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차를 내 달렸다.
빠른 내 발걸음으로 족히 2-30분은 들어가야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나온다.
채비는 되도록 간단히 꾸렸다.
장타 날릴 30그램 스푼을 장착한 8피트 미듐라이트대와,
1/8온스 지그헤드에 빨간색 4인치 웜을 장착한 또다른 8피트대을 들고 서둘러 진입했다.
아직 간조에서 물이 돌기 직전이라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
마침 동녘에서 예쁘게 떠오른 해님을 바라보며 반갑게 셔터를 눌렸다.
물이 돌기 시작하니 서풍이 불어줬다.
갯바위엔 나홀로였지만, 친구 바다가 주는 평화로움과
막 떠오른 해님이 주는 환희로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자...이제서야 오랜만에 나와 섰으니,
마음을 비우고 순수해지고 싶으니,
그대와 잠시나마 머무르고 싶으니...
조금은 모자라는,
아니 많이 부족한 이 친구에게 선물을 주지 않겠니?
.
.
장타 !
첫 타에 스푼을 넙적 받아먹는 놈이 있다.
묵직하다.
8피트대가 휘어지는데,
끌려오는 놈은 크게 저항하지 않았지만 대를 바짝 세워 릴링을 해야했다.
역시 광어였다.
랜딩할 때서야 퍼덕이며 심하게 저항하는 놈을 보며
비로써 내가 선물 받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대 친구...고마워요!
.
.
바로 코 앞에 건너 보이는 변도(똥섬)가 오늘따라 예쁘게 보였다.
이제 열사나흘후 백로白露가 오면, 새벽녘에 맞은 흰 이슬로 더 예뻐 보이겠지.
그리고 그 다음 날쯤에 다시 2물의 아침녘 초들 물때가 되면 나는 얼마나 좋아 할까.
아..그때쯤이면 작지만 삼치란 놈들도 덤벼들지 않겠나.
그 놈들은 스푼을 덥썩 물고선 이리저리 째면서 앙탈부리며 끌려오겠지.
그땐 호기롭게 광어며 삼치며 친구가 내주는 선물을 꿰미에 꿰게 될 것이다.
.
.
해마다 추분秋分이 지나면 2물때마다 새벽녘에 찾아와 광어와 삼치 손맛을 봤다.
올해는 시즌이 빠른거 같으니 기대가 크지 않을수 없다.
친구...바다가 주는 선물을..
몇 년전 구봉도 그 포인트에서 찍은 촌스러운 포즈
바다루어닷컴 댓글
파파짱 |
2019.08.28. 14:18 답글
정말 오랜만입니다.
모두들 안녕하셨는지요? ..
매일 눈팅만 하다가...모처럼 근황도 알릴겸해서 짧은 조행기 올립니다.
(배경음악이 싫으시면 맨 위 상단 유투브를 꺼주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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