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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조행기]읽어버린 가을 바다를 찾아서-구봉도

 

Autumn-Tol & Tol

 

 

 

2..간조가 0853.

 

마음이 급했습니다.

적어도 7시에는 도착해야 초들물까지 한 두 세시간 정도는 던져볼 수 있겠다 싶어서였습니다.

집에서 구봉도 포인트 진입까지는 족히 한 시간 정도는 걸려야겠기에 차를 내리 몰았습니다.

 

시화방조제 진입을 하려는데 언제 생겼는지 못 보던 고가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간 세월이 꽤 흐르긴 흘렀구나 싶었습니다.

없었던 고가가 다 생겨나고..

여기 출입한지가 벌써 몇 해만인가?

 

긴 방조제를 달리면서 차 창을 내렸습니다.

새벽 바다 바람에 실린 갯내가 후각을 자극하며 잃어 버렸던 그 뭔가가 내 심연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게 했습니다.

그간 잃어버렸던 그 뭔가가 무엇이지?.

새벽동녘 빛. 갯내. 갯바위. 햇살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일렁이는 바다 물결. 서녘수평선을 물들인 노을. 그리고…

이것들로 더욱 앓게 하는 10월쯤의 가을 바다!

 

포인트 진입했는데 파도가 치고 바람이 꽤나 불었습니다.

이미 간조 물때가 다되어 가는지라 내가 노리는 들 물까지는 기껏해야 두어 시간 남짓..

정면으로 마주 불어오는 센 북서풍과 제법 높은 파도가 갯바위를 덮칠 때 일어나는 물보라로 좀 어려운 여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주저할 이유가 없었지요.

이곳 갯바위에서의 낚시얼마만인가…

 

드디어 첫 캐스팅.

물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였지만 삼치 포획을 위하여 이십 그람 스푼을 달고 롱 캐스팅.

마주 불어오는 바람 저항으로 포물선을 크게 그리며 날아가는 은색 스푼.

그래도 제법 멀리까지 날아가 착수.

그리고 몇 초간 잠깐 동안의 방임.

은색 스푼은 흔들흔들 물속에 가라앉으며…배회하는 녀석들의 시선을 끌겠지…

순간적인 상상이 행복했습니다.

 

터억 !

세 번째 캐스팅의 빠른 릴링에 드디어 걸려들었습니다.

딸려오면서 쿡쿡 옆으로 째는 녀석의 작은 저항의 몸부림.

가까이 끌려 올수록 파도 속에서 잠깐씩 번쩍이는 녀석의 자태.

.

꺼내고 나니 겨우 사십 급 삼치였습니다.

그래도 얼마 만에 맛보는 손맛인가.

그 후 물이 들어오면서부터는 스푼을 바닥까지 앉혔다가 광어 포획을 위한 액션으로 릴링.

어김없이 둔탁하게 입질하며 걸려드는 묵직한 광어의 손맛.

툭하는 둔탁한 단번의 입질과, 끌려나오며 바닥으로 처박을 때 느끼는 광어 특유의 묵직한 저항감에 포획 자로서의 쾌감을 느꼈습니다.

한 수…

두 수…

세 수째의 광어는 꿰미에 걸다가 놓쳐버리고.

네 번째 히트에는 다시 삼치가 걸려들었습니다.

 

히트...히트...히트...

연신 혼자서 소리지르며 이성을 잃었다 싶을 정도로 몰입하며 환호했습니다.

오랜만에 갯바위에서 그 동안 잃어버렸던 내 본연의 야성이 표출되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바닷물이 이미 발목까지 차오르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젠 철수해야겠구나 싶어 미련 없이 장비를 챙기는데 지난 그 어느 과거가 문득 생각나 피씩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땐 왜 그리 바닷가에서 자학적으로 몸부림을 쳤었는지

밤새껏 낚시 대를 휘두르다가 날이 밝아와도 선뜻 철수하지 못했었지요.

 

세월이 지나긴 지났구나

그러면서 많이도 변했구나 내가

그 때 아팠던 만큼 !

 

찾은, 잃었던 10월쯤의 가을바다.

그때처럼 자학하며 아파하지 않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나는 변했어도..아직 변함없이 있는 10월쯤의 바다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