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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20231122백아도조행2

 

 

 

 

 

 

친구야 우린 그동안 갯바위 너머 아스라이 져가는 저 노을을 잊고 있었지.

이렇게라도 마음을 비우고 이 고도(孤島)에 묻히듯 몸을 맡기고서야 우리네 인생 끝자락 같은 노을을 만나게 되었구나.

지금껏 저 갯바위 너머로 조금은 소박한 맘으로 욕심내어 서보려 했지만, 물때 섭리에 순응해야 했기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네.

결국은 저만치 물러서서 갯바위 너머를 갈망해야 하는 아쉬움만 들었지.

그러나 순응함으로써 아쉬워하는 우리에게 이렇게 갯바위 너머의 황혼을 만나게 되지 않았는가.

다만, 우리가 저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황혼만 같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드네.

저 낙조처럼 우리네 삶도 결국은 져버리고 말 나이인데...

우리가 져가며 끝자락에 남길 흔적은 과연 저만큼이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네.

 

해피한 친구...해피데이

 

친구야 아무려면 어떠하리.

우린 우정과 남겨둔 열정이 있으니 저 황혼만치 아름답지 아니한가.

저만치 물러서서 갯바위 너머 저무는 낙조를 보며 낚시대 드리우는 낭만이 있으니 더욱 즐겁지 아니한가.

그리고 이런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응하는 겸허함이 우리에게 있으니 또한 평안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렇게라도 주신만큼 득하였으니 얼마나 감사하지 않은가.

조촐하니 회 몇 점에 소주잔 기울이며 아해 마냥 좋아하는 자네를 보니 내가 너무 즐겁네그려.

이럴진데 다른 친구들도 왔었으면 얼마나 더 즐거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

이름을 헤아려보니 열 두어 명이나 되네그려.

우리 친구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