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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조행기] 용유도의 달빛 세레나데

 용유도의 달빛 세레나데
 
 
 
툭! 

 
명쾌한 입질.

 
순간..반사적인 챔 질.

 
망설이지 않은 릴링에 무게감 있게 딸려 나오는 놈이 필시 광어였다.

 
바다 수면 한가득 채운 보름달빛에 허연 배를 들어내고 나오는 놈!

 
크지는 않았지만, 다섯 번째 도전에 걸려든 놈이기에 희열이 일었다.

 

 
보름사리쯤의 간조 물때나 들어나는 곶 부리 여에 섰을 때,

 
만월이 바다 전체를 교교히 비추고 있었다.

 
늦게야 진입하여 낚시에 분주하면서도,

 
 자꾸 달을 쳐다보며 지난해 가을 이 포인트에서의  추억들을 떠 올렸다.

 

 
작년  가을에 어떤 아우와 호기심에 왔다가 갯바람만 쐬고 갔었고,

 
스산한 찬바람이 부는 깊은 가을 어느 날에도

 
갑장 친구들과 설레는 맘으로 왔다가 정만 나누고 갔었다.

 
또 버스타고 혼자  사치스런 풍류(?)조행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와서,

 
겨우 광어 한 놈 낚아 올리다 떨어트리고 빈손으로만 돌아가야만 했던 곳이다.

 

 
특히 두 번째 버스타고 홀로 왔을 때는,

 
들 물에..일몰에..해무로 여에 갇혀 꼼짝 못하고 죽을 뻔 했지 않았나.

 
그때..따귀 한 대 얻어맞은 심정이 되어 지난 과거 어설픈 인생살이를 뒤돌아보았었다.

 
그리고는 한 구절 남긴 낙서...

 
 
 

 
늦가을 낙엽 같은

 
낙심落心 한 장 떨어트리려...

 
어제 또 갔었습니다.

 
배낭 메고 버스타고.

 

 
바람이 잠잠하기에

 
곶 부리까지 썰물 따라 들어갔는데...

 
웬 걸..금방 파도는 드세고.

 
하염없는 나를 희롱합니다.

 

 
낚시 대를 휘두를 때마다

 
뚝..뚝..낙심을 떨어트려야 하는데...

 
오히려...부서지는 포말처럼

 
마음만 찢어집니다.

 

 
세월이 벌써 입동이라

 
서녘에지는 해도 서두르는데...

 
거기에다...내 맘 같은 해무까지

 
밀물 따라 몰려옵니다.

 

 
죽지는 말아야지 

 
속절없는 치사스런 생각으로...

 
 落心 대신

 
무심한 밀물에 몸만 떨어트렸습니다.

 
.

 
.

 
벌써 세월이 일 년이 거의 흘렀다.

 
그러나 그 곶 부리의 바다는 변함없이 그곳에 있으며 기다려 주었다.

 
그러면서 주야의 時를 바꾸고 물때를 맞춰,

 
믿음을 갖고 다시 찾아준 나에게 성취의 희열을 안겨주었다.

 
나는... 落心대신 추억을 만들 줄 아는 성숙함을 보여주었고...

 
 
 
참! 달빛도 밝았다!
.
 
.





Moonlight Serenade(별밤의 세레나데)/남택상(Nam T.S) 연주
 

 


 
 
덧붙이는 글 :

 
우럭 씨알이 제법 커졌다.

 
추석쯤이면 광어며 우럭이며 진한 손맛을 볼 수 있겠지.

 
친구들을 다시 불러도 되겠다.
 
용유도 곶 부리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