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곡/백년의 약속-(경음악)
아내와 함께한 소풍 조행
우리 큰 애 나이가 올해 26살이니까,
아내와 부부로서 인연을 맺은 햇수가 27년이나 되나 봅니다.
지난 8월29일..그러니까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이었지요.
잊고 있었는데..아내가 달력에 표시를 해 놓아 알았습니다.
여자들은 나이가 오십을 먹어도 그런 걸 챙기나 봅니다.
기념으로다 나가서 점심을 같이 했는데...
기껏 간 곳이 우리 인천팀이 몇 번 모인 소래밴댕이 횟집이었습니다.
아내는 입이 짧아 뭘 많이 먹질 못해,
간단하게 회덮밥을 먹었는데...아내는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괜히...자꾸 미안한 생각만 들더군요.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일부러 많은 말을 해댔습니다.
아내에게 역시...평생 미안한 생각만 들 겁니다.
다음날 토요일인데...어제 연장선상에서 미안한 마음에,
기분 전환하러 바닷가에나 나가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웬일이냐는 눈치였지만 선뜻 따라 나서더군요.
십 몇 년 간이나 무척 오래 탄 차라 덜덜 거리는데도,
우린 그걸 끌고 영흥도 못 미쳐 메추리 섬으로 향했습니다.
제법 드라이브하기 좋은 코스지요.
한낮은 아직 뜨겁지만...바람은 벌써 선선하더군요.
달리는 길가에는 철 이른 코스모스도 보였고,
하얀 봉지 씌운 포도밭들 정경이 이채로워 보였습니다.
아무나 못 들어가게 하는 사유지라 한적하기까지 한,
포인트 진입 방파제 길... 들어서자 마음이 역시 설레더군요.
광활한 매립지에 가을 색의 이름 모를 들풀들과 야생화들...
방파제너머 넘실대는 가을 햇살에 부서지듯 일렁이는 파도...
그동안 일상에 억제되었던 사치스런 감성이 피어오르는 동시에,
훅하고 불어오는 비릿한 갯내에 낚시가 주는 사냥 본성이
욱하고 일어났습니다.
가을을 느끼는 감성과 낚시를 앞둔 원시적 사냥본능이 교차하며
발걸음이 빨라졌지요.
일광을 가리려 양산을 쓰고 잰걸음으로 �아오는 아내에게
빨리 �아오라며 재촉하는 내가 우스웠습니다.
아내를 위한 소풍인데...낚시 대를 든 내가 왜 이리 바쁠까?
낚시꾼은 다 그런가봅니다.
사리가 가까운 만조 물때라 방파제 가득 바닷물이 충만했습니다.
따갑게 파도에 부서지며 비스듬히 기우는 오후 햇살이,
첫 캐스팅을 하려는 나의 마음을 분주하게 하였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65짜리 빨래판 광어를 걸었던 포인트라 기대가 컸지요.
17그람짜리 은색 막 스푼을 걸어 롱 캐스팅...
아직 완연한 가을이 아니라 광어 포획에 대한 확신이 안서지만.
우선 광어를 노렸습니다.
그러나 한 달여 전에 ‘부천맨’ 형이 이곳에서 삼치 50짜리를 걸었던 터라,
릴링이 종잡을 수 없더라고요.
방파제 연안에서의 때 이른 광어포획을 위해 스푼을 가라앉힐 것이냐....
아니면 스푼을 띄워 빠르게 릴링하여 삼치나 농어를 노릴 것이냐 하며.
가까이서는 핫꽁치 치어들이 바글대지만,
삼치나 농어가 달려들 베이트피쉬가 노는 것 같지는 않고...
그래서 몇 번은 가라앉혀 보고...몇 번은 띄워서 빠르게 릴링도 해보며,
릴링 속도를 조절하여보았지만 어떤 입질도 없었습니다.
뚝 위에서는 아내가 양산 들고 앉아서 나의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모처럼 아내 앞에서 뭔가 큰 놈으로 걸어 멋진 연출을 보여 줘야할 텐데..
기왕이면 작년 가을처럼 큰 놈의 광어라도 한 마리 걸어 회 몇 점이라도
맛보게 해야 할 텐데...하하..
그러나 물이 제법 빠져나가기 시작했는데도 입질은 감감 무소식...
중 날물이나 되었을까?
예전에 ‘우째’가 제법 우럭을 걸어내던 방향으로 캐스팅.
가라앉혔지만 빠르게 릴링하는데, 턱하는 입질과 동시에 묵직한 저항감.
기어코 물었다!...하는 희열감으로 라인을 감아 들이는데...째는 감은 있어도,
올수록 중량감은 없는 게...광어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감았는데도 스푼에 우럭이 물다니!
27급 정도의 빵 괜찮은 우럭이었습니다.
물이 빠지면 뻘로 들어나서 큰 놈의 우럭이 안 걸리는 곳인데,
다행히 아내 앞에서 체면유지 하게끔 걸려주더군요.
채비를 지그헤드에 3인치 웜으로 바꿔 우럭을 노립니다.
빨간색 웜에 반응이 없더니...흰색 웜으로 바꿔 준 후 계속 입질.
우레기들과 씨름하다 겨우 꿰미 사이즈 3수 더했습니다.
노을이 드리워지기 시작하자 비로써 낚시의 사냥 본능보다
서정의 감흥이 일어나며 사진 몇 컷 찍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아내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일고요.
아내는 낚시에 몰입한 남편을 바라보며...
쭉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비록 마릿수가 적고 씨알이 적어도 아내를 위해,
잡은 우럭들을 알뜰히 챙겼습니다. ㅎㅎ..
맛난 회는 아니지만 매운탕이라도 끊여주고 싶더군요.
노을이 짙어지고 날이 어둑해질 때에 둘이서 긴
방파제 길을 나올 때에는 나란히 걸었습니다.
가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뱀 꼬리 글:
친구 ‘하이큐’ 전화가 아니었으면,
이런 소풍조행 후기는 안 썼을 텐데.. ㅎㅎ ^^*
.
.
내가 선택한 사랑의 끈에 나의 청춘을 묶었다
당신께 드려야 할 손에 꼭 쥔 사랑을 이제서야 보낸다
내 가슴에 뭇질을 하는 현실의 무게 속에도
우리가 잡은 사랑의 향기 속에 눈물도 이젠 끝났다
세상이 힘들때 너를 만나 잘해주지도 못하고
사는게 바빠서 단한번도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백년도 우린 살지 못하고 언젠간 헤어지지만
세상이 끝나도 후회없도록 널 위해 살고 싶다
삼십년쯤 지나 내 사랑이 많이 약해져 있어도
영혼을 태워서 당신앞에 나의 사랑을 심겠다
백년도 우린 살지 못하고 언젠간 헤어지지만
이상이 끝나도 후회없도록 널 위해 살고 싶다
이 세상에 너를 만나서 짧은 세상을 살지만
평생동안 단 한번이라도 널 위해 살고 싶다
?
저도 서울에 올라와 주말을 거의 낚시에 미쳐
돌아다니다보니 어제 마눌이 한소리 하더라구요
암튼 조만간 아내를 위한 이벤트를 바다에서
가져야 할 것 같아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생각할 시간을 주셔서 ^^꾸벅
항상 건강하시고요~^^
쿨러에 담은 행복이 보입니다. ^^*
노래가사를 음미하면서 그렇게만 살면 될것같은데요
가을에 이런모습의 행님이 또한 좋군요
건강최고...인생대박...어복충만...절대감각...을 기원하면서~~~

난 매번 같이 낚시를가는데 왜 저런생각이 안들까????
당신이 없었다면 나의 삶이 있었겠씁니까?
이모두가 당신 덕분입니다.... _어디서본거_
저도 파파짱님 나이가 되었을때 저렇게 할수 있을까요?...꼭 하고싶네요...
건강하세요...^^&

좋은 조행기 잘 읽었수.... 보고잪네..ㅎㅎㅎ
항상행복하세요
항상느끼는거지만 어떻게하면 조행기를 이렇게멋지게쓸까요
형님잘읽고갑니다 =========후다닥^^

잘보고 갑니다 ^^ 항상건강하고
행복 하세요 ....

늦었지만 결혼기념일 축하드리구여~ 늘 행복하세여~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
저도 금년말 기념일에 이런 글을 올릴수가 있었으면 합니다.

늦게나마 형님 결혼기념일 축하합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저도 오늘 저녁에 마나님을 위한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감사합니다
글 이었습니다 감사하고 두분 더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메추리에 추억 영원하길..........
조행기 잘 읽었어유~~~
아내에 대한 그 마음, 너무너무 아름답군요...
음악이 않들려서..ㅠㅠ
결혼 기념일 축하드립니다.. 형수님이 좋아하셨겠어요... ^^
글 읽으며 행복이 많이 묻어나는걸 느꼈습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죽음입니다...
나도 그런모습 보여주고 싶네요...!
하지만 맘만...
너무 황홀합니다...그리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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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 쪽(얼굴) 팔려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