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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조행기] 가깝고도 먼 섬..조행 스케치



 


 


가깝고도 먼 섬.

지척에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미뤄만 왔던 섬이다.


초가을이 되어서야 뜻을 이루게 된 셈이다.

13명 중에 엉겁결에 끼어서 한 출조지만,

보트를 타면서 새롭다는 기분마저 들고,

봄부터 두세 차례 입도를 시도했던 어떤 아우 생각이 났다.

 

섬에 내리자마자 13명이 각기 자기 포인트로 흩어졌는데,

나는 익히 알고 있던 포인트에 진입했다.

그늘 쪽에 자리를 잡고 싶었지만, 그 놈의 포인트가 뭔지....

낚시꾼이 어디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고 포인트를 놔두고

시원한 그늘에 설까?



 

도착한 포인트에 이미 두 명의 아우가 루어 대를 휘두르고 있었다.

역시 팀장급 고수들은 다르다.

포인트를 읽었으리라.


전어 등 치어들이 바글거리기에 은색 막 스푼을 먼저 장착했다.

삼치나 농어를 걸 속셈이었다.

여러 번 스푼을 날렸을까...

이미 중 날물을 넘어서는 물때에 물색깔이 탁한 것을 다시 확인하고는

간조 타임의 광어를 걸기로 하고 장비를 교체했다.


스푼으로도 광어를 걸만도 했지만,

이 주변에서의 경험상으로는 스푼보다는

묵직한 지그헤드에 4-5인치 웜을 장착해 장타를 날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번에 상동에서 아우들과의 막걸리 모임에서

인천 팀 ‘개삐’아우가 선사해준 ‘꼬마악마’표

물고기머리형 지그헤드에 4인치 미색 그럽 웜을 장착했다.

지그헤드가 1/2온스나 되려나?


역시 묵직한 놈은 멀리도 날아간다.

착실히 착수시킨 후,

두어 번 팅겨 주는 액션에 조금 빠른 릴링과 정지..그리고 액션를 반복...

고전적인 광어 약 올리기 모드로 릴링에 집중했다.


몇 번 반복되는 캐스팅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베이트피쉬가 뛰는 광경을 보고 다시 채비를 바꿀까...

또 저 옆의 아우가 뭔가 묵직한 놈을 걸어내는데

째는 폼이 농어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 아우는 터트렸지만...

옆의 다른 아우는 농어보다는 광어 같다고도 했다.

 

확실한 광어 포인트...

거기다가 걸면 큰 놈이 나오는 포인트에 대해 믿음을 갖기로 했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ㅎㅎ


몇 번을 던졌을까?

멀리에서 ‘툭’‘툭’하는 연속적인 입질에 반사적으로 챔질...

묵직한 것이 확실히 걸려주었다.

멀리서 물었기에 릴링에 무게감이 실리는 게 광어가 확실하다.


펌핑은 안했지만,

지근거리에 올수록 버티며 째는 폼이 스플을 풀어 줘야했다.

 10LB 합사를 못 믿겠다는 순간적인 노파심에...

이런 순간에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초보자와 같은가 보다.

옆의 아우가 원만한 바위 위로 유도하여 랜딩하기를 훈수한다.

힘이 빠진 놈의 체력을 감지했다 싶어 풀린 스플을 조이고,

과감하게 랜딩.

안전한 바위에 눕히는데...옆에서 오짜가 된단다.


잠시 후...

옆의 ‘애두라비’아우도 묵직한 놈으로 한 수 걸어낸다.

빵은 조금 작아보여도 비슷한 크기의 놈이다

그 아우의 거침없이 들어내는 랜딩 폼이 일품이다.


간조가 다 되어서 입질이 없다.

잡은 놈으로도 충분한 횟감이 되리라.

여기저기서 모이는데...씨알은 좀 작아도 한 두수씩 들고 온다.

나중에 생애 첫 광어 포획에 성공한 ‘브래드’아우 것 까지,

총 8수정도 낚아 올린 것 같다.



 

조행 때마다 연출되는 ㅇㅅㅇ 풍경!

이번에도 풍성하고 정겨웠다.

바다루어닷컴 특유의 정겨운 풍경...정말 좋지 않은가.

백발의 ‘짱구’형님을 비롯해 ‘하이큐’갑장, ‘회포’아우가 내 놓는 술과 음식에,

이것저것 팀장답게 준비하고 수고한 ‘통키’아우...

두 마리씩이나 낚은 조과물을 다른 이를 위해 선뜻 양보하여주는 ‘도주’아우,

또.....거시기....하여튼....

모두들 고맙다.



 

처음 출조에 동행하는 아우들.

형님이니..아우니...갑장이니 하며

정겨운 분위기와 정서에 금방 녹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또한 3명의 팀장급 고수들의 노련한 플레이와

거침없이 걸어내는 형님들의 조력(釣歷) 등의 현장분위기에

어찌 한 수 배움의 기쁨이 없을까.

그래서 또 한 명의 바다에서의 루어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돌아오는 귀가 길에 카플해 준 갑장 ‘하이큐’가 한 차에 탄 ‘낚시광’아우와

한 잔 하잖다.

기꺼운 마음으로 셋이서 조개구이를 놓고 소주 한 잔을 했다.

뭔 이야기가 또 남았는지...

우린 또...인생개똥철학을 논했다. ㅎ

역시 정서가 통해서일까... 벽이 없는 정서에 허물없는 정담이 그냥 좋다.

헤어지면서 ‘낚시광’아우는 꼭 전화 한 번 때린단다.

나와 ㅇㅅㅇ 한 잔 또 하고 싶단다.

논하고 싶을 인생개똥철학이 남았나?


참...돌아오는 길 그 사이에...

헤어진 아우들의 전화가 ‘하이큐’에게 왔다.

잘 들어가고 계시냐고...

또 화천 사는 ‘투가리’친구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한 잔 삐그르르 취한 모양이다.

그 와중 말씀 왈.. 오늘 쏘가리 못 잡고 꺽지 두 마리만 걸었단다.


낚시가 뭔지....

낚시는 낚시일 뿐일까?

낙수라고 했던가?

.

.

*요 흐르는 음악을 오늘 인생개똥철학을 나눈 ‘낚시광’아우에게 선사한다!

사실은 푼수 이야기를 쬐끔이라도 들어준 고마움 때문이 아닐까?

 

 

 

 

 


*방장님~ 빨리 쾌차하길 기원합니다! ^^*

 * 사진은 '낚시광' 블로그에서 펌질하여 편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