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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살며생각하며

아들 귀대와 '체 게바라'책

 

아들이 귀대 준비하며 간단한 소지품을 비닐쇼핑백에 넣는 것을 보았다.

호적등본 등 서류와 '체 게바라’전기를 다룬 책 등이었다.


“야 임마... 군대 들어가는 애가 무슨 놈의 책이야?”

“시간나면 읽으려고요.. ”

아직 입대 8개월뿐이 안 된 녀석이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좋아보였다.

그런 마음의 여유가 보장(?)된 요즘 군대여건도 긍정적으로 생각이 들었고..


귀대하던 날...

부평역 대합실에서 같이 귀대할 동기를 만난다고 해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 30여분을 앞두고 역 대합실 지하 음식점에서 점심으로 손자장면을 시켜 먹였다.

딸애도 같이 있었는데, 마음이 그래서인지 모두들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대합실로 올라갔는데, 아들이 아빠 먼저 들어가시라고 해서 악수를 나누는데, 아들이 “아빠 건강하셔야 되요..” 라며 인사를 했다.

헤어져 돌아오면서 아들을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혹시 울컥할까봐 그냥 오고 말았다.

아무리 장성해서 군인이 되고 부사관 지원을 합네 하지만, 아버지 입장에서는 마냥 어린애 같은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 녀석이 직업군인이 되겠다니...


아들이 귀대하고 이틀이 되니까, 부대 상관인 주임상사에게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아들이 귀대하고 다시 부사관 지원문제를 놓고 집에서 떼어간 호적등본 등의 서류를 제출하고 면담을 한 모양이다.

소속 소대장의 추천서에 아들의 장점과 긍정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켰는지, 소대장 추천서 이야기와 면담했던 이야기를 하며, 의례적인 칭찬을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아들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듣는 아버지로서는 기분이 괜찮았다.


아들 휴가기간 동안 부사관 지원에 대해 부모님과 상의를 했는가 하는 것과,  허락을 했는가 하는 것을 물었다.

부사관 지원에 대한 여러 궁금한 사항을 물을 다음, 아버지로서 아들의 뜻을 존중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사실...아들을 23년 키우면서, 아들 장래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두고 직답을 처음 하는 노릇이라 내심 긴장이 되고 조심스러웠다.

잘 보살펴 달라는 부탁과 함께...언제 기회가 되면 찾아뵙겠다는 다소 의례적인 인사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오늘 점심을 먹고 인터넷서핑을 하며‘체 게바라’에 관한 글을 잠깐 읽다가, 아들이 귀대하며 비닐쇼핑백에 넣어간‘체 게바라’전기물 책이 문득 생각났다.

입대 전에도 읽었던 것으로 아는데, 왜 또 넣어가지고 갔을까?

평소'개념 있는 인간’이기를 얘기하던 녀석이었지만, 바쁘고 삭막한 병영생활에서‘체 게바라’어쩌고 하는 것이 눈에 들어올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혹시 포상휴가라도 나오면, 아들과 ‘체 게바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나 한 잔하려면, ‘체 게바라’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읽어둬야겠다.

귀대하자마자... 3일간 훈련이 있을 거라고 하던데...

아들은 잘 하고 있겠지?

 

버지니아텍 총기사건을 보고 아들 생각이 나 몇 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