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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살며생각하며

아들애의 휴가와 부사관 지원

아들애가 휴가 나온 지 며칠 되었습니다.

지난겨울 백일휴가 나올 때보다도 얼굴이 좋아지고 균형이 잡혔더라고요.

작대기 두 개 단 늠름한 모습에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삼겹살이 무척 먹고 싶다고 해서, 사다가 고기를 구워주며 ㅇㅅㅇ 한 잔 했죠.

투박해지고 거칠어진 손으로 애가 따라주는 한 잔 술이 달더군요.


오늘은 호적등본 등 서류를 떼어왔더라고요.

이미 상관들에게 부사관 지원을 약속했다며, 귀대해서 6-7월에 상병 계급장 달자마자

부사관 교육 받으러 간답니다.


이젠 말린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군대 적응을 잘해서 자기 스스로 장래를 걸겠다고 하는데, 부모라도 더 이상은 못 말리겠더라고요.

단, 주어진 복무라도 몸성히 잘 하게끔 기도하는 수밖에...


애가 부사관이 되면 27사단 화천 산골짜기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내는 애가 몇 년 뒤에 장가도 못 갈까봐 벌써 걱정이 태산입니다.

2년 복무 후 제대해서 못 다한 대학 공부하고 좋은 직장 구해서, 예쁘고 착한 아가씨 만나 장가가야 되는 것으로 희망을 걸었는데 말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만감이 교차 하는군요.

다른 집 애들처럼 더나은 뒷받침이 있었더라면 애가 부사관 지원하는 생각은 어쩌면 안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애가 벌써 장성해서 나름대로 세상을 알고 생존방식을 터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 애가 지 아버지의 반듯하지만은 못한 삶을 지켜보아오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작은

삶부터라도 소신껏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인생철학을 정립하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

도 들었습니다.


못하는 술을 오늘 밤에도 한 잔 했습니다.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며...


귀대하기 전에 아들을 데리고 낚시를 가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의 낚시에 대한 선입감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 아들과의 조행이 기대가 됩니다.

그날에는 바닷가에서 둘이 많은 인생 이야기를 하려고 하거든요.

그러다 대물을 걸면 더욱 좋고요.


이젠...어른이 된 아들을 떼어 놓고 지켜만 봐야하는가 봅니다.


창밖으로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