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 Verum(모차르트 성가곡) - Annie Haslam
우리 집 식구들 혈액형은 모두 다릅니다.
나는 울 마누라가 제일 싫어하는 B형입니다.
아들은 AB형이고 딸은 O형입니다.
마누라는 A형이고요.
울 마누라가 왜 B형을 싫어 하냐면,
몇 십 평생을 같이 살다보니 나 같은 변덕쟁이에다가
삐치기쟁이가 싫은 모양입니다.
AB형인 아들은 언제 보니까 군에서 헌혈을 해서
헌혈증이 있는 것을 본 것 같은데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군에 가있기 때문에 2주 만에 한 번씩 외박을 나오니
그 때에 한 번 물어 보려고 합니다.
O형인 딸은 헌혈증과 장기기증 약속한 증명서도 있습니다.
지금 그 애는 모 교회의 교육전도사로 있기 때문에,
신분에 걸맞게 그런 걸 챙기는 것 같습니다.
엊그제였습니다.
아침에 마누라가 갑자기 헌혈하면 안 되냐고 합니다.
그런데 선뜻 나는 대답을 못했습니다.
왜냐면, 마누라가 매일같이 골골하면서,
여기저기 아프다며 약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속으로 “자기 몸 간수나 잘 하지 무슨 헌혈이람..”
응답 대신에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선 금방 그런 생각을 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마누라가 아침부터 헌혈 얘기를 한 것은,
요즘 우리 게시판에 한울타리님의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기가 바로 A형이어서 돕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인데 사려 깊지 못하게
금방 후회할 생각을 했으니...
한울타리님 글을 보면서 선뜻 댓글도 못 달았습니다.
내 자신이 도움도 안 되는 B형이어서도 그랬지만,
솔직히 부끄러웠기 때문이었지요.
50평생 이상을 살아오면서 헌혈증 하나 없이 살았다는,
척박하기만한 내 삶을 뒤돌아보면서 말입니다.
.
.
더 늦기 전에 나도 일부러 헌혈하러 나가 보아야겠습니다.
한울타리님께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도움을 필요로 한 그 아이가 곧 회복되길 기원합니다.
또 다시 한 달이 시작 되는군요.
회우 여러분 보람찬 2월 한 달 되시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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