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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조행기] 삼길포 조행기

 

 

한참 찔통 짊어지고 일하는데 부천맨 형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내가 동호회 일반게시판에 올린 글에, 우째 아우가 삼길포로 모시겠으니 낚시 떠나자는 댓글대로 저녁 5시쯤 낚시 가잔다.

연 3일째 찔통 짊어지는 노가다를 하는 통에 심신이 피곤했지만, 흔쾌히 가자고 대답을 해버렸다.


일을 겨우 마치고 집에 와서 출조 준비를 하자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피곤에 절은 몸으로 과연 밤새 테트라포드에서 낚시를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그래도 안 가본 삼길포 조행이라 마음이 조금은 들떴다.


내 사무실 건물 지하 주차장에 부천맨 형 차에 실려 도착하니 이미 우째 부부가 먼저 와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우째 부부 차에 네 명이 승차를 했는데 운전은 짱짱이 제수씨가 했다.

말로만 듣던 짱짱이 제수씨를 처음 만났는데 친근감이 들었다.

아마 인상이 미숙이 처제와 닮아서 그런 거 같았다.


차가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길 막힘이 없어서인지 시속 120키로로 쾌속 질주했다.

차 안에서 격의 없는 농담으로 유쾌했는데, 선생님 하는 제수씨의 당당함에 약간은 부러웠다.

두 시간이 채 안되었는데 당진에 진입하고 출출한 김에 해장국 한 그릇씩 했다.

밥값은 부천맨 형이 선뜻 미리 냈는데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매번 신세를 졌는데...


당진 시내에서 한 30분 정도 들어가서야 삼길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시 40분에 출발해서 9시에 도착했는데, 처음 온 삼길포 방파제와 주위 포구 정경은 캄캄한 밤이라 구경할 수 없었다.

근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불지 않은가.

모처럼 왔는데, 바람이 좋지 않다니...

아직 철이 이른데다가 바람까지 세게 불어서 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장비를 챙겨들고 테트라포드에 진입하니 신진도와는 딴판이다.

덜 위험해 보일 정도로 구조물이 얌전하게 놓였다.

하지만 구조물 사이로 바닷물이 출렁이는 게 안심할 수만은 없어 조심스럽게 물가까지 내려갔다.

세 명이 나란히 섰는데 이미 저쪽으로 여러 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모두 루어꾼들인 것이 바루컴 회원들 같아 보였다.


물가에 내려오자마자 첫 캐스팅...

간조 때라 1/8 지그헤드에 2인치 웜을 썼다.

처음 온 낯선 곳이라 수심 체크부터 했는데, 간조 때라 그런지 금방 가라앉았다.

조심스럽게 릴링 했는데 밑 걸림은 그리 심한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이 차고 세찼다.

로드가 저항을 받을 정도며 라인이 날렸다.

아무래도 무리인가 싶은 생각에다가 피곤기로 낚시 대를 그만 접을까 했는데, 우째 옆의 형이 먼저 한 수를 걸었다.

23급으로 역시 초반에 강한 형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미 다른 쪽 사람들은 철수했는지 보이질 않았다.

형이 먼저 한 수 걸었으니 나도 한 수 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의욕이 다시 살아났다.


초들물쯤 톡하는 약한 입질이 감지되어 챔 질하고 릴링하는데 첨에 저항이 있어 제법 크겠다 싶은데, 들어 올려보니 20급 겨우 되는 방생 갈등 사이즈 우럭이다.

옆의 우째가 “양쪽 형님들은 한 마리씩 거는데 나는 뭐야”라며 그나마 부럽다며 방생하지 말고 꿰미에 꿰란다.

이 영등철 바람 부는 추운 밤에 그나마 체면 유지하는 손맛이었다.

강동팀 냅도유 팀장이 내려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 야심한 밤에 뭔 낚시가 그리 좋아 청승들을 떨까.... 하는 생각에 혼자 웃고 말았다.


센 바람에 더 이상 캐스팅마저 힘들어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

나오면서 미련이 남아, 야반도주 아우와 다른 팀의 낙수쟁이가 있는 다리 위에서 내항 쪽으로 여러 차례 캐스팅 시도를 했지만 바닥이 뻘이라 헛수고였다.

결국 모두 일단은 철수했다가 바람이 어느 정도 잠잠해 질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차 세워 논 주차장에 갔더니 옥색방장이 와 있었다.

우째 부부가 준비해 온 취사도구를 꺼내서 라면을 끓이는데, 강동팀 냅도유 팀장과 못보던 두명의 회원들과 병점쏘갈 등 산재해 있던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우리 일행 4명과 방장을 비롯한 다른 팀 회원들 모두 모이니 십여 명 이상이 되었다.

우째 부부가 준비한 라면과 김밥과 소주를 펼쳐놓으니 방장이 어묵을 끓여 오고 냅도유는 순대를 꺼내왔다.

푸짐한 야식꺼리와 소주로 화기애애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역시 동호회의 정을 느낄수 있었다.

특히 방장과의 여러 대화는  유익하고 즐거웠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바람이 조금 누그러졌다.

모두들 흩어져 다시 물가로 내려가 낚시를 시작했다.

봄이 시작 되었다지만, 바닷가의 밤바람은 찼다.

이런 찬 밤바람을 맞으며 잠도 안자고 낚시에 여념이 없는 회원들과 나 자신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뭔 청승들인지....


다시 낚시를 시작한지 한참이 지나서 물이 제법 들어오기 시작했는데도 입질이 없었다.

한참만에야 약한 입질에 챔 질하고 릴링 하는데, 제법 앙탈하는 게 로드 휘는 감으로는 작은 놈 같은데 손맛은 괜찮았다.

들어 올려보니 귀한 볼락이었다.

볼락은 원래 작아서 커봐야 20급 아래인데, 낚인 놈도 15급 정도라 방생하고 말았다.

옆의 우째는 땅덩어리를 걸었는지 정말 대물을 걸었는지, 빡세게 릴링하다가 그만 터트리고선 투덜대고 있었다.


부천맨 형은 내가 작은 볼락 건질 때쯤에 예의 사고를 또 쳤다.

소릴 지르기에 보았더니, 로드가 휘는 것으로 보아서 제법 대물을 걸은 것 같다.

물 밖으로 건져내는 것을 보니 우럭이 아닌 30급이 넘는 삼식이었다.

생애 처음 삼식이를 낚았단다.


결국 더 쎄지는 바람에 못 참고 내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항은 바람 저항을 그나마 덜 받아서 할만 했다.

그러나 내항은 대부분 뻘이라 우럭 기대를 할 수 없었다.

돌로 쌓은 방조제보다 선착장이 나을 것 같아 보였다.

피곤기와 추위로 다시 낚시 대를 접을까 했지만, 우째 부부의 기대감과 부천맨 형이 잡은 삼식이를 나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내항 선착장이라도 수심이 제법 나왔다.

역시 생각한대로 바닥이 뻘이라 밑 걸림이 없었다.

얼마를 했을까, 밑 걸림 같은 입질로 챔질을 강하게 했는데 끌려오는 게 예사롭지가 않았다.

2000번 릴이 끼긱 댈 정도로 릴링이 버거웠다.

로드는 밑 걸렸을 때처럼 활처럼 휘고...

양쪽에 있는 우째와 형이 “큰놈이다“ “대물이다”라고 소리쳤다.

겨우 랜딩 했는데, 우럭이 아닌 37급 삼식이었다.

개우럭이라도 걸린줄 알았는데, 뜻밖의 삼식이에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부천맨 형의 삼식이에 이은 두 번째 삼식이를 걸다니...하하...

무엇보다도 우째 부부에게 안겨줄 선물이라도 낚았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체면치레도 겨우 했고...


우째도 뭔가 물었나 끙끙대며 릴링을 하길래, 형과 나는 “또 삼식이를 거는 것이 아냐?” 했다.

그러나 한참 딸려오다 터트리고야 말았다.

외항 테트라포드에 이는 두 번째로...

우째 아우는 크게 허탈해 하는 게 안스러워 보였다.

작년서야 늦게 루어낚시에 입문했다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손맛을 못 느껴 보았다고 했다.


시간이 벌써 새벽4시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철수 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렇게들 하잖다.

주차장엔 여러 대의 차에서 시동을 켜놓은 게, 방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새벽에 바람이 멎길 기다리며 잠들을 자고 있었다.

인사는 생략한 채로 우리 먼저 철수를 했다.


새벽을 가르며 내 달리는 차속에 웅크리고 잠을 청하자마자 금방 잠이 들었나 보다.

한참을 잤는지 앞좌석의 우째 부부의 이야기 소리에 깨어보니 벌써 차가 시흥 외곽을 달리고 있었다.

시속 120키로로...

짱짱이 제수씨 운전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귀가하여 옥색물결 방장에게 전화를 하니, 바람은 멈추었고 수면은 잔잔하여 잔류했던 회원들은 우럭 손맛을 보고, 경비가 나가라고 해 할 수 없이 철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 중에 밤새껏 손맛 크게 못 본이들은, 나오다가  아마 석문이나 다른 곳으로 옮겨서 하루 종일 낚시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낚시 광들 말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