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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조행기] 한겨울 밤 새벽 3시 반까지의 우럭 루어낚시 이야기

 

7물 대객기라 시각이 만조쯤 되었는데도 물살이 그리 세지는 않아 다행이다.

겨울 바닷가의 밤바람이라 찰 줄 알았는데, 푸근한 봄바람 같다.


작년 5월에 대박 친 파파짱 포인트에 먼저 들어가 몇 번 캐스팅 시도를 했지만, 옆 공사장 흙과 돌이 밀려내려 왔는지 수심이 낮아지고 밑 걸림이 심해 원래 지정한 포인트로 옮겨 이동했다.


초입에 진입하는데 저쪽에서 벌써 누가 있는지 헤드렌턴 불빛이 보였다.

직감으로 바루컴 회원임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늦가을까지 부천맨성과 재미를 보던 포인트인데, 한겨울 들어서 수심이 낮아 우럭이 나오지 않는 곳이다.

부랴부랴 발걸음을 재촉하며 밑을 향해 누구냐고 불렀더니, 아닌 게 아니라 오랜만에 보는 학교 선생님을 하는 임샘님이었다.

올라오기에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거긴 안 나오니 우리 가는 곳으로 같이 가자며 저수지 포인트에 진입했다.


벌써 찌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아직 재미는 못보고 있었고.그 옆으로 우리 세 명은 기세 좋게 자리를 잡고 캐스팅...

만조에서 날물이 막 시작된 물때라 금방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옆의 부천맨성이 세 번째 캐스팅에 첫수를 걸어 내었다.

씨알이 괜찮은 20이 좀 넘는 놈이라, 여름 같으면 방생했을 터인데, 한겨울 우럭이 귀해서인지 꿰미에 꿰었다.

역시 초반에 강한 부천맨성....

나는 집중이 안 되는지 라인이 엉기고, 밑 걸리고..계속 버벅대고..

임샘은 캐스팅할 때에 비거리가 얼마 나오지 않은 것을 보니 장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중 날물이 되니 부천맨형은 빵 좋은 놈으로 계속 낚아 올리는 것이, 신진도에서 꽝 친 것을 만회하나 보다.

어떤 놈은 25급이나 되는 것도 있고...벌써 4수나 걸었다.

설이 훨씬 지난 이 2월 하순경 한겨울 밤에 말이다....


나는 낮의 일로 아직 낚시에 집중하지 못 하고, 우레기 한 마리 걸어내지 못했다.

일부러라도 잊으려는 듯이 옆의 형에게 우스갯소리로 농담만 늘어놓았지만,

쉰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범부의 평범한 도리마저도 못하고 궁상을 떨며 삶을 영위해 가는 내 모습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혼자 쌍섬이 마주 바라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혼자서 애써 잊고 집중해야겠기에...

그러나 하현달이 구름에 가려졌다 나왔다하고, 방조제 시커먼 물가에 희뿌연 해무가 피어오르는 정경이 비루한 내 마음과 같아 보였다.

시커먼 바닷물에 풍덩하고 빠져버리고 싶은 충동심도 문뜩 일어나는 것이...


간조가 다 될 때쯤에서야 겨우 평정을 찾으며, 간조 때에 생기는 저수지 둑으로 일행따리 내려가서 자리를 다시 잡았다.

원래 간조가 다 될 때에 입질이 더 많은 법이라, 애써 집중을 했다.

둑으로 내려가 첫 타에 툭 하는 입질에 훅킹하며 빠르게 릴링을 하는데, 제법 묵직했다.

로드에 전해지는 놈의 무게로 비춰 큰 놈임을 직감하며, 로드를 세워 놈이 처박지 못하게 빠른 릴링을 했다.


물위로 나오는 놈...25급 정도나 되었다.

엄동설한 방조제에서 이게 웬 대물인가...

물 때 좋을 가을시기엔 가끔 30급에서 35급까지 걸어내지만, 이렇게 한겨울 바닷물 수온이 5도이하인 연안에서는 대물임엔 틀림이 없는 것이다.

새로 자리 잡은 후 부천맨성은 저쪽에서 역시 괜찮은 놈으로 한 수 더 한 모양이다.

빨리 이리로 오라고 소리 지르는 것을 보니...

임샘은 둑 넘어 에서 여념이 없고.


큰 놈 한 수 낚는 바람에 비루하던 생각이 싹 지워지고, 예의 집중하는 낚시자세가 나왔다.

연속 2마리를 더 걸었는데, 방생하기엔 좀 아까워서 20급이 안 되는 놈들이라도 꿰미에 꿰고 말았다.

언뜻 우럭매운탕 좋아하는 마눌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안 없는 핍절한 삶이 지쳐, 갈라서 살자고 이혼서류 들이대던 불쌍한 마눌...

바로 그제 일인데, 낚시 간 속절없는 남편이 보고 싶은지 한 밤인데도 잠들지 못하고 언제 오냐며 핸드폰 문자 날리는 마눌...


초들물 때가 다되고 정신과 육신이 피곤했다.

밤낚시로 피곤해야만 잊어버렸던 현실의 아픔이, 오늘밤은 예외가 되었다.

충분히 정신과 육신을  혹사하여 아픔을 잊으려면 아직은 더 해야 하는데, 물때도 다되고 형이 이만 철수 하자고 한다.

 

부천맨형은 25급 2마리 포함 괜찮은 놈들로 6마리하고, 임샘은 1마리..방생하겠다는 것을 내가 아깝다며 내 꿰미에 꿰고 말았다.

차 있는 방조제 밝은 곳에 나와 부천맨형을 위해 디카로 사진 한 장 박아주고 헤어졌다.

새벽 3시 반...


헤어져 혼자 차를 몰고 오면서, 조금 있으면 주일 새벽 예배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에, 다 까먹고 말은 나의 믿음 생활을 생각해 보았다.

이제 충분히 사치스런 방황...그만 끝내야하는 게 아닌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