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04 12:14
1006개의 동전
예상은 하고 갔지만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얼굴 한쪽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코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 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온 이유를 생각해내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 사회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
"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요. 어서들어오세요. "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 뿐인 방에서 훅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 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 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언제 다치셨습니까? "
그 한 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이 읊어 나오기 시작했다.
" 어렸을때 집에 불이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 남았어요. "
그때 생긴 화상으로 온몸이 흉하게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헌날 술만 드셨고 절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거의 저와같이 흉터투성이였죠.
도저히 살수 없어서 집을 뛰쳐 나왔어요. "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온 아주머니는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 년간을 지낼 수 있었다.
" 남편을 거기서 만났어요. 이 몸으로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느냐고요?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죠. "
그와 함께 살 때 지금의 딸도 낳았고,
그때가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걸하는 일뿐...
말하는게 힘들었는지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성형수술을 했지만,
여러번의 수술로도 그녀의 얼굴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의사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나요.
원래 이런 얼굴,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
수술만 하면 얼굴이 좋아져 웬만한 일자리는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곧 절망으로 뒤바뀌고 말았단다.
부엌을 둘러보니 라면 하나, 쌀 한 톨 있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 쌀은 바로 올라올 거구요. 보조금도 나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
하며 막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녀가 장롱 깊숙이에서 뭔가를 꺼내 내 손에 주는 게 아닌가?
" 이게 뭐예요? "
검은 비닐 봉지에 들어서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나는 것이 무슨 쇳덩이 같기도 했다.
봉지를 풀어보니 그 속 안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 가득 들어 있는게 아닌가?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이었다.
" 혼자 약속한 게 있어요. 구걸하면서 1000원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만 시력을 잃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분들을 위해 드리기로요.
좋은데 써 주세요. "
내가 꼭 가져 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와서 세어 보니 모두 1006개의 동전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그 돈을 세는 동안 내 열 손가락은 모두 더러워졌지만,
감히 그 거룩한 더러움을 씻어 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한밤을 뜬 눈으로 지새고 말았다.
- 낮은 울타리 99년 9월호에 실린 어느 사회복지사의 글 -
.
.
.
.
.
차카게 삽시다...엉엉.. .
새나루지기 2005.11.04 12:14
이런 반성의 마음을 오래 간직해야하는데..시간이지나면 또 잊어버리니...다시 금 돼새길수있도록 감동의 글 자주자주 올려주세여^^
맘에 무엇인가가... 요동을..
제 등뒤에 항시 문신으로 써있지요
"차카게 살자"
각박하구 냉정한 세상을 살기가 만만치가 안다는 생각만 마니했지
실천을 못하는게 그냥 사는거란 생각이 많이 드는군요......,
인생에 반정도는 살았는데 나머지 반은 어떻게 살까요???
감동적이었습니다.^^
"차카게 살자 진짜루 ````. 여러분 동의 하시죠??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따스한글 잘 읽었습니다
가까운 이웃에 선행을 베푸세요. 하나님이 기뻐하실겁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고, 우리 횐님 중에도 장애자를 돕는 좋은 일 하시는 분 있습니다. ^^
괜히 나 자신이 작아보이는 그런 글이군요.....
차카게 살아야 되겠네요......ㅜ..ㅜ:;
적어도 1006번을 구걸해야했네요 잠으로 값진 진귀한 보석입니다
마음속 깊이 느끼고 열심이 노력 하겠읍니다
가슴이 쿵.......
어찌할줄을 모르겟네요
저 보다도 가난한 사람이 남을 돕는데 전 왜 그게 안돼는지..
마음이 무겁네요..!!
잘 보고 갑니다..
'망각저편의흔적들 > 바다루어닷컴에올린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루어닷컴] 가끔씩은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으세요!!!! (0) | 2007.01.01 |
---|---|
[바다루어닷컴] 이 늦가을 정오에.. (0) | 2007.01.01 |
[바다루어닷컴] '급' 시화에 고돌이가 떴는디... 워떠케... (0) | 2007.01.01 |
[바다루어닷컴] 시화 삼치 뽀인트 알켜 달라던 횐님들... (0) | 2007.01.01 |
[바다류어닷컴] 삼치 한마리 2650원...그래도 바다가 좋아 ^^ (0) | 2007.01.01 |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