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망각저편의흔적들/조행기

[조행기] 가을 詩語가 있는 바다낚시 이야기

 




도비도 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벌써부터 가고 싶었기에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석문을 지나 왜목마을 지나기 전 어느 길목에서

느닷없이 길가에 핀 코스모스와 맞닥트리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지난 나의 삶의 잔해들이 가을햇살과

코스모스와 스크랩되는 회상에 젖게 되었습니다.

詩語들의 파편들이 나를 못 견디게 하더군요.


도비도 선착장에 도착하여

아우와 거침없이 장비를 챙겨들고

택시보트에 올랐지요.

안 가본 섬으로 가본다는 게

그만 분도라는 섬에 내렸습니다.

윙하고 몇 분 만에 가는 곳입니다.


이미 간조가 지나 초들물이 시작 되었습니다.

여느 방파제에서 맞는 탁한 들 물보다는 물색이 맑았습니다.

맑은 물색을 보고 한껏 기대를 가졌지요.

서둘러 루어채비를 갖추고

아우와 동서(東西)로 나누어 각자 열심히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아뿔사~ 섬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이,

물때도 안 맞추어서 왔으니...

우럭씨와 광순씨가 맞아줄 리가 없지요.

큰 손맛 보는 것을 포기하고

9월 오후땡볕 굴 껍데기 돌 짝밭에서

우째 동생하고 둘이서 ㅇㅅㅇ만 깠습니다.


결국 택시보트를 오라고해서

여름에 와서 재미 봤던 앞섬 우째포인트(?)로 옮겼지요.

이미 중 들 물이 시작 되는데

다행이 우레기 손맛은 보게 되더군요.

만조가 다 되어서

간만에 살집 좋은 40급 정도 되는 광어를 걸었습니다.

들어 올리다가 결국은 떨어뜨렸지만...

아우도 한동안 펌핑하며 애쓰다 무슨 놈인지 터트리고 말더군요.

우째는 꼭 놓치면 대물이었노라고 하더라고요.


만조로 바닷물이 충만한 바닷가 갯바위에서,

오랜만에 마주하는 푸른 바다를 마냥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일상과는 낯선 바다가의 갯바위에 섰지만,

지는 싸움을 피해 도피처에서의 안식을 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많이 기운 햇살이 일렁이는 파도에 부딪치며

또 다른 상념에 젖게 하더군요.


해가 기울자 철수시키기 위한 보트가 도착했습니다.

장비를 접으며 비박 강행군을 하면 어떻겠냐고 동생에게 묻자

우째가 너털웃음을 웃더군요.

한 세 시간만 버티면, 중날물이 되면서 폭발적인 입질이 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도비도항으로 철수하며 선장이 우리가 큰 재미 못 본 것에 대해 미안했던지,

선상 낚시하라며 바다 한가운데에 배를 세웠습니다.

둘이서 다른 방향으로 채비를 던졌지만,

30급도 못되는 광어 치어만 걸리고 우럭은 입질도 안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철수하고 말았네요.


철수하는 길... 낮에 보았던 코스모스 길은 어둠으로 보이질 않았지만,

흩어졌던 詩語들의 파편들을 어렴풋이 모을 수가 있었습니다.

가을햇살과 코스모스...바다와 낚시...

詩語가, 아직은 인생 낙제생인 내 가슴팍에 새겨졌습니다.


     

    작년, 요맘때쯤에도 그랬습니다.

    영흥도 나오는 어느 길가에서지요.

    그때 비스듬히 지쳐가는 햇살아래서...

    준비 없이 맞닥뜨려서 미안했었습니다.


    올해, 같은 내음과 빛깔로 만났습니다.

    도비도 들어가며 어느 길목에서지요.

    미안하다 못해 당황스러워 하며...

    더 차가워지는 햇살을 보아야 했습니다.


    아직, 고단한 인생숙제를 못 풀었습니다.

    그래서 낚시질하러 바다로 나가곤하지요.

    보는 이 없는 핑계 댈 이유를 찾으나...

    차가워진 햇살아래 코스모스는 있습니다.

     

    Ballade Pour Ade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