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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하늘가는밝은길이

2023.05.22 자월도 나들이

20230522 자월도 나들이

 

원래는 묵통도가 바로 코앞에 보이는 진모래로 가기로 했었다. 그곳은 십 수년 전에 왔을 때 광어 포인트로 바다낚시 마니아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고, 썰물 때맞춰 나가면 드러나는 바닥에서 해루질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답사차 지난 5월 13일에 십 수년만에 가보았더니 단체로 진입하기엔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승용차로 들어간다고 해도 옛날 공동묘지의 주차장까지 경사가 험한 고갯길을 굽이굽이 넘어야 하고, 진입한다고 해도 묵통도 쪽 갯바위가 대부분  초행길인 회우들에겐 만만해 보이지가 않았다. 더구나 밀물 때에는 금방 물이 잠기는 곳이라, 칠순의 나이가 다되어 유사시에 기동성이 떨어지는 회우들에게는 이래저래 안전상 문제가 많다고 판단이 되었다. 그보다 당일치기로는 단체가 움직이는 동선과, 물때와 시간이 너무나 빠듯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원래 가기로 했었던 묵통도쪽 진모래

 

결국에는 캠프장이 있고 해루질이 용이하며 예약한 식당과의 거리가 좋은 장골 해변으로 잡았다. 물때가 9물에 간조가 12시 반 정도이니 포인트 선정을 잘하고 회우들이 열심히만 해주면 어느 정도의 수확물은 채취가 되어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낚시인데 장골과 연이어진 독바위 포인트는 낚시 포인트로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5월 22일 D데이다. 미리 회우들 주민등록번호와 현주소 등을 확보해 두었기에 단체로 배표를 끊는 데는 용이했다. 아쉽게도 예정 인원 중 한 명이 결원이 되었지만,  8명 모두가 순조롭게 승선하고 8시 40분에 출발하였다. 차(車) 두 대도 해루질.낚시 장비와 간식거리 등을 싣고 카페리호에 실었으니 계획대로 잘 되었다.

 

배가 저멀리 보이는 영흥도를 지나가도록 갈매기가 쫓아오고 있다.

1시간 10여분을 달려 자월항에 도착하였다. 지체없이 두 대의 차에 나눠타고 장골 캠프장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두 명은 내가 사전에 예약했던 식당으로 가서 해루질에 필요한 호미와 장화를 두 서너개씩 빌렸다. 해변에서 한 컷 촬영을 해주고 장골 해변에서 해루질할 팀에게 요령과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낚시할 두 명과 함께 낚시팀은 원래 생각했던 장골 해변과 연이어진 독바위 포인트를 포기하고 큰말 끝에 있는 다싯물 선착장 너머 갯바위 포인트로 향했다.

이 포인트는 작년 11월 늦 가을에 들어와 광어 두 마리와 놀래미를 낚았던 포인트였다. 그런데 이 포인트는 갯바위를 타고 들어가는 만조 물때가 적기인데, 우리가 들어갈 때는 정반대인 간조 물때라 아쉬웠다.

 

자월항 선착장
장골 해변 정경
장골 캠프장 앞에서 해루질 나가기 전에 한 컷
썰물을 따라나가서 해루질을 위해 열심히 탐색중...
이 사나이는 남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해루질은 썰물에 맞추어 따라나가면서 조개와 소라 등을 채취하는 것인데, 수확이 전혀 없었다. 팀원들은 건성건성 눈으로만 대상물을 탐색했나 보다. 부지런히 돌을 뒤집고 갯벌과 모래를 호미질해야 되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갯내음 맡으며 나름대로 힐링이 되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점심 식사를 위한 집합 시간이 되었는지 장골에 있는 해루질 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낚시팀도 아무런 조과없이 철수를 했다. 정반대 물때라는 핑계를 대기도 민망했다. 그나마 갯고동을 큰 비닐 봉다리로 채취한 것에 위안을 삼았으리라..

 

장골 해변 정경

 

 

점심 식사는 우럭회에 매운탕으로 했다. 모두들 감사하며 맛있게 잘 먹었다. 섬식당 인심이 그렇게 썩 맘에는 안 들었지만, 그나마 몇 년 만에 나온 회우들의 나들이 식사라 즐겁고 감사했다. 더구나 배 타고 처음 나온 섬 나들이다운 식사라 의미가 있었다.

 

예약해 둔 식당에서  점심으로 우럭회와 매운탕을 맛있게 ..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차로 10여 분 정도 달리면 있는 목섬공원으로 이동했다. 등반 길 초입부터 깔끔하게 새로 포장하고 주변 경관을 잘 가꾸어 놓았다. 나이 70이 다 된 노인들이 제법 경사도가 있는 등반길을 잘도 올랐다. 오르면서 좌우로 보이는 바닷가 절경과 잘 가꾸어 놓은 꽃 단지 풍경에 피곤한 줄 몰랐다. 모두들 아직은 건강해 보여서 하나님께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후에 경치가 수려한 목섬공원으로
목섬 공원 오르며 한 컷 찰깍
목섬 공원의 잘 가꾼 야생화 꽃밭을 지나며..

 

다른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산을 올랐는지 모르겠으나, 낚시꾼인 나는 좌우 아래 골짜기로 보이는 바닷가의 갯바위를 보면서 낚시가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측 저 멀리 보이는 곶부리를 돌아가면 ‘떡바위’라는 유명한 광어 포인트가 있다는 생각에, 언젠가는 다시 한번 입도하여 ‘떡바위‘에 들어가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어류꼴-저멀리 곶부리를 돌아가면 떡바위가 나온다.
하늬께 해변
선바위

 

저만큼 목섬 구름다리가 보이는 안목섬 정상의 팔각정자에서 친구들은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을 내려다보며 잠깐이나마 휴식을 즐겼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친구들 면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구름다리를 내려다보며 여기까지 함께해 온 친구들이 저 다리를 역시 함께 건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오랜 신앙의 친구들이 저 다리를 함께 건너듯이, 천국으로 건너는 다리를 누구 한 명 낙오자 없이 다 함께 건너가게 될 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발아래 펼쳐진 목섬 구름다리와 바다 정경
안목섬 팔각정자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친구들
목섬 구름다리를 건너는 친구들..
안목섬 정자 방향의 구름다리
도착한 목섬에서 친구들 한 컷 ..

이렇게 함께한 지가 몇 해만인지 모르겠다. 세기말적인 전염병으로 함께하지 못했다가 이렇게라도 함께하니 좋기만 했다.

돌이켜 보니 그동안 모두들 나이는 몇 살씩 더 들어서 머리는 희어졌어도, 무탈한 것이 모두 주님의 은혜이다.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서로의 안녕을 위해 중보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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