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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바다루어닷컴에올린글

[바다루어닷컴] 횐님들께 거창한 자문을 구합니다


2006.01.24 19:06



횐님들께 거창한 자문을 구합니다

벌써 재작년이 되었군요.
가을에 한창 망둥이 낙수에 미쳐 있을 때였습니다.

시화 방조제 입구 첫 번 이층 초소에서 팔뚝만한 망둥이 손맛에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 노신사 한분이 캔 번데기를 안주 삼아 소주를 자작하고 계셨습니다.
서녘 바다에 해가 져 가는데 그 노신사는 하염없이 노을 지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소주병을 나발 불듯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차림새로 보아서는 낚시꾼은 아닌 모양인데... 너무 쓸쓸해 보여서 다가가 말을 건넸습니다.
말동무를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술을 권하며, 당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노신사 분은 그해 봄에 마나님이 작고하셔서 화장한 후에 유골을 이 시화 앞바다에 뿌렸다고 했습니다.
가끔 마나님 생각에 적적하고 쓸쓸하면 서울 선릉역에서 오이도역까지 전철을 타고 나오셔서 바다를 바라보며  먼저 가신 아내를 생각하며 소주를 자작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그 분과 시화에서 많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예순 후반이신 그 분을 인생 선배로 모시면서 정말로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로 칼국수 등 식사를 사면서 지낸지 벌써 일년이  넘었습니다.


며칠 전에 날씨가 푸근할 때에 혼자 훌쩍 시화에 나갔는데, 입구에서 그분을 만났습니다.
전화로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심전심 가끔 만나는 그 곳에 서로 나왔던 것이지요.
둘이서 반갑게 악수를 하고는 오랜만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분은 그날 구봉도까지 가시길 원해서 그곳까지 갔습니다.
그동안 몸이 편치 않았고 날씨도 추워서 못나와 무척이나 갑갑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많은 소주를 마시고는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식들 이야기 하다가 돌아가신 아내 얘기를 할 때에는 목이 메는지 한참을 바다를 바라  보는데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분이 오늘 오전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설전에 목요일이나 금요일쯤에 시화에서 만나자는 것입니다.
당신이 대하를 사놓았는데.... 바닷가에서 구워서 소주 한잔 하고 싶으시다는 것입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대답은 해놓았지만... 사실 난감했습니다.
설 연휴 대목이라 조금은 바쁘거든요.
그리고 술도 즐겨하지 않은 저로서는 추운 바닷가에서 냉동된 대하를 구워 먹어야하는데
어떻게 구워 먹어야 하는지 요령부득이라 말입니다.
시간도 그렇고요...

오늘 하루 종일 현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은 시간을 내어서 나가되.... 야전에서의 냉동 새우 굽는 방법은 횐님들에게 거창(?)하게 자문을 구하자..... 그리고.... 좀 춥지만 시화방조제로 나올 동지를 모집하자.... ㅎㅎ

어떻습니까?
추운 바닷가 방조제에서 냉동 새우를 구워 먹는 그림이.....

동참하실 동지를 모집합니다. 선착순 딱 한 명만..... ㅎ
자원자가 없으면 냉동 대하를 어떻게 구워 먹어야 하는지.... 알려 주세유...

그분이 마나님이 안 계신 명절이 쓸쓸 하신가 봅니다.
그래서 마나님 유골이 뿌려진 바닷가에서 조촐한 명절을 보내고 싶으신데.... 누구의 도움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 상대가 제가 되었지만....

퇴근하기 전에 두서없이 몇 자 적었습니다.

좋은 저녁 시간들 되세유.....

 
?
정회원서풍부 2006.01.24 19:06
파파장님, 좋은 일하십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 ?
    대물을꿈꾸며 2006.01.24 19:06
    먼저 대하를 해동부터 시키고 난 후......
    후라이팬에 굵은 천일염을 두텁게 깔고 난 다음....
    대하를 구워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 ?
    정회원파파짱 2006.01.24 19:06
    대물을 꿈꾸며님/ 넘 감사합니다. 근데 넘 짜지 않나 걱정이네요...ㅎㅎ
    그리고...대물 꿈만 꾸지 마시고 ...꼭 대물만 낚으세요.
  • ?
    땡꽝 2006.01.24 19:06
    어스름한 이 저녁에
    이 글을 읽고는 문득 그리 오래되진 않은 예전
    제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생각 났습니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그저 별 의미없이 되뇌이던 노래인데...

    참으로 오랫만에 가슴 한켠이 저미는 느낌에 많이도 놀랐습니다.

    냉동 새우를 어떻게 먹느냐가 무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아마도 그 어르신이 바라시는건 그즈음... 그장소에서의
    시간과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의 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저 그 시간을 함께 해 주시는 것 만으로도 족할지 싶습니다.

    말씀의 끝머리처럼 저 또한 글을 읽다 생각난 대로 두서 없이 끄적였습니다.
  • ?
    정회원농어맨 2006.01.24 19:06
    네..외로움은 같은생각을 가진 인간의 정 하나로나도 위로가 되겠지요..어려우시지만 좋은결정하셨읍니다.살다보면 여러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지만 파파짱님께 그 어르신은 인연이 되신분이군요...외람되지만 감사드립니다.좋은인연으로 기쁜 만남 되십시요.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 profile
    정회원상록수 2006.01.24 19:06
    그 모습들이 뭉클하게 그려짐니다...
    그렇챤아도 명절이면 맘이 허전한데
    부모님 생각이 더욱 나네요.....
    늘 건강하시길요~~~~^^*
  • ?
    정회원창안아빠 2006.01.24 19:06
    방법이야 무슨상관이겠습니까.. 그냥 함께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감기조심하시고 모쪼록 좋은시간되시길.......
    저도 가끔 돌아가신 부모님생각에.............- -;
  • ?
    정회원집시 2006.01.24 19:06
    옆에만 계셔도 그 분께는 더없는 위안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좋은 그림이 그려지네요.......^^*
  • ?
    정회원솔비혁 2006.01.24 19:06
    대하구이는 대물을꿈꾸며님이 말씀하신데로 하시면 될듯하구요...
    파파짱님의 걱정처럼 짜지는 않고... 간간하게 맛납니다... ^^*
    그리고.. 그 어르신과의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할듯합니다...
    추운날씨를 대비하여... 두터운 방한복이 두분 모두에게 필요할것 같네요..
    모쪼록... 벗으로써의 행복한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
  • ?
    정회원♧나무아들♧ 2006.01.24 19:06
    여시 파파짱님 짱이십니다.
    정말 복 받으실 겁니다.
  • ?
    정회원민경아빠 2006.01.24 19:06
    어르신에게 좋은일 하시는겁니다^^
    모처럼 므흣한 기분이 드는군요 ^^
  • ?
    정회원블루데이 2006.01.24 19:06
    역시 파파짱님은 마음이 포근하신 분이시네요!!
    금요일 오후면 제가 시간나면 연락 드릴께여!
    바쁘신 와중에도 남을 배려한다는것이 쉬운 일은 아닐터인데.. 감동먹었슴다.. 형님!
  • ?
    정회원피쉬헌터 2006.01.24 19:06
    잔잔합니다....
    좋은 말벗이 되어 드리세요
    복받으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