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재작년이 되었군요. 가을에 한창 망둥이 낙수에 미쳐 있을 때였습니다.
시화 방조제 입구 첫 번 이층 초소에서 팔뚝만한 망둥이 손맛에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 노신사 한분이 캔 번데기를 안주 삼아 소주를 자작하고 계셨습니다. 서녘 바다에 해가 져 가는데 그 노신사는 하염없이 노을 지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소주병을 나발 불듯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차림새로 보아서는 낚시꾼은 아닌 모양인데... 너무 쓸쓸해 보여서 다가가 말을 건넸습니다. 말동무를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술을 권하며, 당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노신사 분은 그해 봄에 마나님이 작고하셔서 화장한 후에 유골을 이 시화 앞바다에 뿌렸다고 했습니다. 가끔 마나님 생각에 적적하고 쓸쓸하면 서울 선릉역에서 오이도역까지 전철을 타고 나오셔서 바다를 바라보며 먼저 가신 아내를 생각하며 소주를 자작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그 분과 시화에서 많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예순 후반이신 그 분을 인생 선배로 모시면서 정말로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로 칼국수 등 식사를 사면서 지낸지 벌써 일년이 넘었습니다.
며칠 전에 날씨가 푸근할 때에 혼자 훌쩍 시화에 나갔는데, 입구에서 그분을 만났습니다. 전화로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심전심 가끔 만나는 그 곳에 서로 나왔던 것이지요. 둘이서 반갑게 악수를 하고는 오랜만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분은 그날 구봉도까지 가시길 원해서 그곳까지 갔습니다. 그동안 몸이 편치 않았고 날씨도 추워서 못나와 무척이나 갑갑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많은 소주를 마시고는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식들 이야기 하다가 돌아가신 아내 얘기를 할 때에는 목이 메는지 한참을 바다를 바라 보는데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분이 오늘 오전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설전에 목요일이나 금요일쯤에 시화에서 만나자는 것입니다. 당신이 대하를 사놓았는데.... 바닷가에서 구워서 소주 한잔 하고 싶으시다는 것입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대답은 해놓았지만... 사실 난감했습니다. 설 연휴 대목이라 조금은 바쁘거든요. 그리고 술도 즐겨하지 않은 저로서는 추운 바닷가에서 냉동된 대하를 구워 먹어야하는데 어떻게 구워 먹어야 하는지 요령부득이라 말입니다. 시간도 그렇고요...
오늘 하루 종일 현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은 시간을 내어서 나가되.... 야전에서의 냉동 새우 굽는 방법은 횐님들에게 거창(?)하게 자문을 구하자..... 그리고.... 좀 춥지만 시화방조제로 나올 동지를 모집하자.... ㅎㅎ
어떻습니까? 추운 바닷가 방조제에서 냉동 새우를 구워 먹는 그림이.....
동참하실 동지를 모집합니다. 선착순 딱 한 명만..... ㅎ 자원자가 없으면 냉동 대하를 어떻게 구워 먹어야 하는지.... 알려 주세유...
그분이 마나님이 안 계신 명절이 쓸쓸 하신가 봅니다. 그래서 마나님 유골이 뿌려진 바닷가에서 조촐한 명절을 보내고 싶으신데.... 누구의 도움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 상대가 제가 되었지만....
퇴근하기 전에 두서없이 몇 자 적었습니다.
좋은 저녁 시간들 되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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