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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듣는다/세상을 듣는다

죽음의 춤 - Franz Liszt

죽음의 춤 - Franz Liszt (1811∼1886)

 

 

 

Liszt, Totentanz(죽음의 무도) Arnaldo Cohen, Brazilian Pianist

 

 

Franz Liszt

 

리스트의 <죽음의 춤>은 가톨릭교의 그레고리 성가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의 주제에 의한

안단테의 무거운 행진곡으로 시작하여

피아노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다양하게 전개된다.

격렬하고 죽음을 상기시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가하면

악마적이라고 할 만큼 영혼을 빼앗는 마력이 소용돌이친다.


프란츠 리스트(1811~86)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태양·음악·미남의 신 아폴로처럼 찬란하고도

매력이 넘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다.

그를 본 여자들은 황홀감으로 도취되었으며,

그 자신도 곧잘 여자에게 반했다.

 

그래서 어떤 여류 성악가는 리스트 앞에 나타날 때엔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남자 옷을 입기까지 했다.

또한 러시아의 어떤 백작 부인은 하늘처럼 떠받들어온 리스트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몹시 불쾌하여

그를 권총으로 쏘려고 뒤쫓아 방에 들어갔으나,

태양처럼 빛나는 그의 모습에 현혹되어 자기도 모르게

권총을 떨어뜨리고 문 밖으로 뛰어나와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리스트가 로마의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고

피아노를 연주했을 때 수많은 수녀들이 그에게

사랑을 열렬히 하소연하여 큰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연주 대행을 마쳤을 땐

여러 귀부인들이 리스트의 체취를 맡기 위하여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몰려가서

강제로 그의 머리에 화관을 씌워 준 일도 있었다.

 

또 그가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가 부다페스트에서 연주했을 때엔

여러 부인들이 그를 초대하여 모델처럼 높은 자리에 앉히고는

그의 모습을 상아에 아로새겼다는 꿈과 같은 이야기도 전해온다.

 

리스트가 상류사회의 여러 여성을 사랑하긴 했지만,

1천여 명의 여자를 농락한다는 중세기의 스페인 귀족 출신 돈 후안과는 달리,

반세기 이상을 피아니스트로서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화려하고도 장엄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는 10대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었는가 하면

14세에 사랑을 다룬 오페라를 작곡하는 천재성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모짜르트 못지않게 헝가리 광시곡을 비롯한

여러 양식의 작품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남겼으며,

교향시라는 새로운 양식의 관현악곡을 처음으로 만든

작곡가로 더욱 큰 업적을 남겼다.

 

리스트는 자매 예술인 문학과 미술에도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로서 유럽 여러 나라를 연주 여행하면서

미술 작품 감상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19세기 독일 화가 카울바흐의 그림 <훈족의 전쟁>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그것을 교향시로 작곡했으며,

27세이던 1838년에는 이탈리아 여행 때 피사의 사원에 있는

묘지에서 본 14세기 화가 안드레아 오르카냐의 벽화 <죽음의 승리>에서

영감을 얻어 피아노 협주곡 양식의 <죽음의 춤>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 그림은 사냥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와 기사들을

죽음의 신(死神)이라 할 노파가 짓밟으려고 하는 가운데

구원 받은 영혼들을 천사들이 천국으로 인도하고 구원받지 못한 영혼을

악마들이 화산으로 몰고가서 불길 속에 던지는 처참한 정경을 그린 것이다.

 

한편, 20세기 초의 이탈리아 시인 단눈찌오의 대작

<죽음의 승리>가 있지만 오르카냐의 벽화와는 관련이 없다.

 

리스트의 <죽음의 춤>은 가톨릭교의 그레고리오 성가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의 주제에 의한 안단테의 무거운 행진곡으로

시작하여 피아노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다양하게 전개된다.

 

격렬하고 죽음을 상기시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악마적이라고 할 만큼 영혼을 빼앗는 마력이 소용돌이친다.

리스트는 죽음의 공포를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죽음의 춤>은 악마적인 반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으며

대담한 표현력과 극적인 박력 때문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죽음의 춤>은 세계 여러 나라의 피아니스트들이 낸 디스크가 많지만

가장 듣고 싶은 것은 리스트가 피아노 파트를 맡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연주한 디스크일 것이다.

 

쇼팽과 차이코프스키가 혼혈이듯이, 리스트가 헝가리 사람인 아버지와

오스트리아 사람인 어머니 사이에서태어난 천재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