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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바다루어닷컴에올린글

[바다루어닷컴] 어느 환희를 다시 그리며..


 


知天命...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는 쉰 살이 넘어서던 그때.

하늘의 뜻은커녕 자기 앞가림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삶이었습니다.

쫒기는 현실을 피해 바다에 나서곤 했었는데,

그때의 바다는 왜 그리 위안을 주었었는지...


푸른 바닷가에서 하염없이 낚시 대를 휘두르다 보면,

해가 저물곤 했었지요.

어떤 때는 밤을 새기도 했고요.


그러던 어느 늦가을인가요...

그렇게 밤을 지새우다가 새벽을 맞았습니다.

먼동이 트기 시작하면서 희뿌연 바다를 향해 던진 루어(스푼)에,

턱~하는 둔탁한 입질과 동시에,

 바로 옆으로 째며 몸부림치는 무게있는 저항감의 손맛을 맛보았지요.

번쩍이는 은빛 몸체를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끌려나오는 그 무엇!

그 무엇을 ‘환희’라고 했습니다.

그 늦가을 암울한 긴 밤을 지새우다가, 새벽녘에 환희의 순간을 맛보았지요.

바다가 나에게 선사한 환희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 흐르는 곡에 졸작의 시를 하나 썼습니다.


새벽 삼치를 치며



아직은 여명인데

그놈의 릴을

빙글 빙글 돌립니다요.


부질없는 思念은

은빛 줄에 묶어

검푸른 바다에 던지고요.


어느새 동녘은 트고

그놈의 릴을

빙글 빙글 돌립니다요.


덧없는 환희는

금빛 줄에 매달려

흰 물결 가르며 번쩍이고요.


 

그해...추운 겨울을 나며 잘 견디었지요.

가끔 환희의 순간을 그리며...

그 환희가 고귀한 신앙의 기쁨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삶의 큰 위안은 되더군요.


지금까지 그 환희를 그리며,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요.

그 과거를 회상하며...

아니 아직은 진행 중인 아픔이기에,

같이하는 친구들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고맙고요!


그런데...

그 환희의 그리움이 반 조각나고 말았네요.

이 흐르는 곡이 저작권 침해로 단속되고,

그즈음 한참 친구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고...


이제...세월이 흐르면 잊어지겠지요.

아직 남아있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음악을 용납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요.


이음악은 아일랜드의 저명한 음악가인 Phil Coulter의

The Spinning Wheel이라는 곡입니다.

아일랜드의 물레를 그리는 곡인데...

우리 낚시꾼들이 빙글빙글 돌리는 릴 동작과 잘 어울리는

곡이라 붙였습니다.

특히 늦가을 새벽 동트는 시각에 삼치 치는 풍경과 너무

잘 맞습니다.


친구들 츨청하시고...행복하시길!

  

침묵하고픈 파파짱 ^^*


 

 

흐르는 곡/The Spinning Wheel-Phil Coul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