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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저편의흔적들/바다루어닷컴에올린글

[바다루어닷컴] ‘집사람에게 잘 하라우...’

2006.01.31 13:58




‘집사람에게 잘 하라우...’

68-52=16 ‘집사람에게 잘 하라우...’


며칠 전에 어느 노신사분의 이야기를 올렸었는데, 여러분들께서 격려 응원의 댓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낚시동호회 사이트에 조금 무게 있는 글들은 좋아하지 않고 가볍고 재미있는 글들을 좋아 하시리라는 선입감이 있어 올리면서도 조금은 망설였었습니다.
그런데 올리고 보니까... 많은 댓글은 아니지만 진정어린 호응에 감사의 마음으로 후편(?)의 글을 올립니다.


그 분과 시화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D-데이를 금요일 오후로 결정하고, 그 바쁜 설 대목 일정을 정말 정신  없이 진행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노선생님께서 목요일 오전에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지금 시화에 나와 있는데.... 올수 있냐고...
당황스러워서 정중하게 오늘은 안 되고 내일 금요일인데 오후에 뵙자고 했더니... 당신께서 흔쾌히 내일 한 번 더 나오시겠다고 하시더군요.

금요일...
오전에 그 노신사 분께 전화를 드렸으나 전화를 안 받으셔서 시화에 나가는 것을 취소하고, 블루데이님과 같이 장비 장만하러 돌아 다녔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그분과 통화가 되어서 드디어... 시화에서 그 분을 만났습니다.

강남 선릉역에서 출발...전철을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오이도역까지... 버스로 오이도 종점에  ....거기서 도보로 시화 방조제 입구까지... 원투대가 든 낚시 가방과 냉동 대하가 든 스티로폴 상자를 들고서 약속 장소까지 오셨던 것입니다.
이미 와 계시면서 생미끼 한 갑을 사놓고 기다리시다가 제 차가 도착하니까 무척 반가워 하셨습니다.

그분이랑 잘 가는 예의 그 방조제 포인트에 도착해서 장비와 조리 기구를 내려놓았습니다.
횐님들 정보대로 천일염. 야외용 가스렌지. 후라이팬. 기타 등등...
그분은 낚시가방에서 팩소주 몇 개와 육포 꾸러미 등등...
그야말로 한 살림 되고... 야유회 나온 설레는 기분이더군요.
날씨 또한 영상 기온과 그렇게 차지 않은 살살 부는 바람....

드디어 그 대하 상자를 개봉하였습니다. 냉동실에 보관 하셨다고 해서 횐님들 정보대로 먼저 해동할 요량으로 열었더니 꽝꽝 얼어 있었습니다.
실한 놈들로 싱싱해 보였습니다.
금방 녹겠지 생각하며... 조리 준비를 하고 기다렸으나... 쉬 녹아지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시간 정도면 녹겠지 싶어서... 루어 낙수와 그분을 위하여 원투 채비를 하고선 낙수에 몰입 했습니다.
저쪽 이층 초소 밑에서는 찌낚 하는 사람이 망둥이  큰 놈을 끌어 올리고...
간만에 설레는 낙수 모드에 빠지며 꽝을 쳤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고대하는 새우 덩어리 해동은 안 되고.... 슬슬 배는 고프고... 생미끼 원투이던 루어이던 괴기 입질 소식은 없고...
노선생님은 기다리다 지쳐 팩소주를 까서 육포를 안주 삼아 자작하시고...

결국... 대하구이 파티는 실현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노선생님은 해동이 안 되는 것이 당신 잘못인양 연신 미안해하며 칼국수를 사시겠다고 하여, 대부도 칼국수 잘하는 집에 가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소주 몇 잔을 따라 드렸습니다.

노선생님은 얼큰하게 취기에 오르자 또 구봉도에 들어가길 원하시기에 예의 그 장소로 동행 했습니다.
사리 때라 물이 많이 들어오고 그리 삭막한 겨울바다 풍경은 아닌 것 같은데... 노선생님은 또 말이 없으신 채로 멀리 바다만 바라보시더군요.
나오기 전에 잘생기지도 않은 주먹만 한 돌 몇 덩이를 주워서 집에 갖고 가시겠다고 하시는 것이, 그 돌이나마 쳐다보며 허전한 맘을 달래보려 하시는 속뜻인 것 같았습니다.

오는 길에 연신 부탁을 하시더군요. 집에 가거들랑 그 새우 버리지 말고 꼭 구워 먹으라고..

그날 헤어지기 전에 미안 하다고 하시면서 언제 또 만날 수 있냐고 묻더군요.
지금 딱히 약속은 못 드리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는 헤어졌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저녁 늦게야 새우가 완전 해동 되고 맛있는 새우구이를 식구들끼리 즐기게 되었습니다.  노선생님께는 괜히 미안하면서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에 마눌과 그 노선생님 이야기를 하는데.... 마눌이 연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만나서 노선생님을 대접 하라는 엄명을 내리더군요. ㅎ ㅎ

그래서 어제 아침에 일찍 전화를 드렸습니다.
마침 기다리고 계셨다는 듯이 냉큼 나온다고 하시더군요.
시간 약속을 하고 준비를 하는데.... 블루데이님의 전화가 오더군요. 오늘 쉬는데...시화에 나오실 수가 있냐고....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12시 정각까지 오이도 역에서 만나자고... 노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다니까... 좋다고 하더군요.

12시가 넘었는데... 블루데이님이 안 나와서 전화를 할까 하는데... 마침 블루데이님 전화가 왔는데... 어찌 목소리가 심상치 않더군요. 왜 아직 안 오냐니까... 오다가 집에서 이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급보가 와서 되돌아가노라고... 미안하다고....

일단 말로만 정중히 조의를 표했습니다. 이모님도 부모님과 같으신 분인데... 안타까웠습니다.

할 수없이 노선생님만 만나서 시화로 달렸습니다.
본격 낙수 돌입하기 전에 점심을 대접하여야겠다는 생각에 갔었던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했습니다.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재수 좋으면 간재미가 걸린다는 정보에.... 방아머리에서 본격 낙수 돌입.
노선생님 생미끼 원투에 몇 번의 입질... 기대 섞인 릴링에 오랜만의 흥분을 맛보았습니다.
역시 꽝이었지만....
루어낙수도 꽝.......

역시 노선생님은 육포에 팩소주로 취기어린...거침없는 이북 말씨의 끝없을 과거 회상에 젖어들고...
어쩔 수 없이 과거 얘기 다 들어 주며 맞장구치랴.. 입질에 신경 쓰랴...
하여튼 두 세 시간은 그렇게 바뻤습니다.
또... 웬 모카 케이크를 상자 째로 가져오셨는지... 야전에서 자꾸 먹으라고 권하는 바람에...혼났습니다.
술을 안 하는 저를 생각해서 가져오신 것 같았습니다.

중들물이 세차게 밀고 들어오면서 바람도 차고... 노선생님 취기에 높은 방조제가 위험할 것 같아서 철수 했습니다.

오는 길에 자꾸 통닭구이를 선물하겠다고 우기셔서... 오이도역에 못 내려 드렸습니다.
결국은 문을 연 통닭집에서 닭을 한 마리를 사고... 부평까지 왔습니다.
헤어지기 싫으신지... 제 사무실에 둘렀다 가신다 했지만 그냥 부평역으로 모셔다 드리며 경로우대 전철 표를 끊어 드리며,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오는 차안에서 몇 번씩이나 강조하신 말씀이 귀에 쟁쟁합니다.
‘자네 아직은 쉰이 좀 넘었지만... 집사람에게 잘하라우... 인생 잠깐 아니네... 거 마누라 살아생전에 잘 하라우... 죽으면 다 소용없다 아니가...’

취기에... 혹시 잠이 들어 종점인 창동역까지 가서 고생이나 하시는 것 아닌가 싶어 전화를 했더니 안 받으시더라고요. 불안해서 몇 번을 했는데도...

한참 만에 전화가 왔는데... 무사히 선릉역에 내려서 잠깐이면 집으로 들어가신다며...
그러면서 또....

‘ 집사람에게 잘하라우... 죽으면 다 소용없다 아니가... ’

68-52 = 16 .... 형님 같기도 하고 아버님 같기도 하십니다. ^^*


블루데이님... 이모님이시지만 다시 한 번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장황하게 긴 장문...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히 미안하고요.



?

정회원쾌지나 2006.01.31 13:58
블루데이 이모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
파파짱님 글 전에도 보고 지금도 역시 가슴에 와 닿네요.
파파짱님 부부도 효자 효부이신것 같읍니다.

  • ?
    최고운영진옥색물결 2006.01.31 13:58
    네~~ 가화만사성.....^^*
  • ?
    정회원피쉬헌터 2006.01.31 13:58
    인연은 오는게 아니구 만들어가는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흔한 인연이 아니듯 싶네요...
    좋은 인연 잘이어 나가 시길 바랍니다...
    블루데이님 명절밑에 이모님 상을 당하셨군요...
    삼가 고인에 명복을 빕니다.
  • ?
    엔돌핀 2006.01.31 13:58
    저는 이해가 안도는 말이 있습니다.68-52=16.!
    나이를 계산하시는건지...?
    두분의 정감어린 대화 내용은 이해가 되는데....ㅠ.ㅠ
    불루데이님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
    냅도유 (緣波) 2006.01.31 13:58
    형님의고우신 심성 가슴에 와 닿네요.
    형님과 형수님 께서도 효자 효부이신것 같읍니다.
    불루데이님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
    정회원농어맨 2006.01.31 13:58
    불루데이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파파짱님 수고 하셨읍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요.